11월 16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
오늘 복음은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다룹니다. “보라.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
가운데에 있다.” 이 말씀에서 “가운데에”옮긴 그리스 말은 ‘-안에;’-속
에’, ‘누군가의 깊은 곳에’라는 뜻을 가집니다. 그래서 이 구절을 풀어 보면 ‘보
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, 너희 속에, 너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다.’가
됩니다.
인간은 누구나 내일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. 미래에 대한 불안
과 두려움 때문에 점집을 찾고 사주를 보거나, 사적 계시에 집착하거나, 사
이비 또는 유사 종교에 빠지는 것은 실제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더욱 어렵게
만듭니다. 거짓 위로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격이자 불
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기 때문이다.
한편 믿음과 신앙은 정확하게 계량하거나 측량할 수 없어, 이를 향한 여
정도 그저 막막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. 구체적인 표징이나
확실한 ‘계시’ 또는 강렬한 은사에 목말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. 이 목마
름을 악용하면서 인류 역사 안에서 이단과 사이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지금
도 여전히 우리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.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
하여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에 있다고 명확히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.
세례성사 때 우리 안에 뿌려진 하느님 나라의 씨앗은 지금 이 순간도 자
라고 있습니다.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뜻을 찾고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
며 이웃 사랑을 실천할 때,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씨앗은 어느새 싹을 띄우고
훌쩍 자라 있을 것입니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